[개인] 읽은책

책을 읽는 방법(2009. 08)

브랜든정 2011. 2. 25.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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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는 방법
히라노 게이치로 [저]



먼저 읽었던 패턴리딩이 속독을 중요시 하는 책이라면

히라노의 이 책은 슬로 리딩의 중요성과 노하우를 전하는 책이다.

평소에 그냥 재미삼아 읽었던 소설 속에서

필자가 전하는 메세지나 복선들을 찾아내는 재미를 알게 해주는데,

아직은 무엇을 어떻게 찾아낼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히라노가 전한대로 슬로리딩을 해보면서

하나 하나 찾아가는 재미를 만들어봐야 겠다.

 



출판사 서평

스물넷의 나이에 아쿠타가와 상을 수상하며 데뷔한 이래, 해박한 지식과 도시문명을 향한 섬세하고도 날카로운 시각으로 주목받아온 작가 히라노 게이치로가 그 유니크한 작품세계의 근간이 된 창의적인 독서 기술을 풀어낸 책이 출간되었다. 
책을 ‘잘’ 읽는다는 것은 무엇일까? 이 막연한 물음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매스컴은 속독가와 다독가, 장서가 들에게 스포트라이트를 맞춘다. 독서에서도 효율과 양의 잣대가 우선시되는 시대 ――
일본 현대문학의 기수, 히라노 게이치로가 이러한 세태에 반기를 들었다. 그는 ‘책’만큼은 효율성과 ‘빨리빨리’ 콤플렉스에서 벗어나, 천천히 즐거움을 만끽하며 행해야 할 최후의 보루라고 주장한다. 

프로 독서가의 기업 비밀―
일본 현대문학의 기수 히라노 게이치로의 지독遲讀한 독서법


책을 읽고 쓰는 것을 생업으로 하는 프로 독서가인 작가들의 경우 많은 책을 빠르게 읽어내는 것을 선호할 듯하지만, 실상은 정반대이다. 서재에 손길 한번 못 받고 쌓여가는 책들을 보며 고민하던 히라노는 어느 날, 자신뿐만 아니라 대다수의 작가들이 책을 느긋이 꼼꼼히 읽어내는 ‘슬로 리더slow reader’임을 발견한다.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오에 겐자부로는 속독은 절대 권장할 만한 게 못 된다며 오히려 ‘다시 읽기rereading’를 강력하게 주장하고, 다카하시 겐이치로는 아무리 사소한 책이라도 책상에 똑바로 앉아 줄을 그어가며 한쪽 한쪽 내용을 곱씹고야 마는 지독한 슬로 리더였다는 것. 
실제로 우리가 접하는 텍스트 중 상당수는 속독이 불가능하거나, 속독을 할 필요가 없는 것들이다. 

많은 사람들이 아침이라는 제한된 시간 내에 빠르게 속독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신문’ 역시 슬로 리딩의 대상. 히라노는 신문을 읽는다는 것은 일종의 정치적 행위이며, 우리의 투표는 이러한 행위의 축적으로 결정되기 때문에, 여러 종류의 신문을 슬로 리딩하여 각 사안에 따른 논조의 차이를 민감하게 빨아들이라고 주문한다. 

책, 이제 천천히 즐기면서 읽어라!
매력적이고 창조적인 ‘오독’의 발견 

그렇다면 ‘슬로 리딩’이란 무조건 천천히 읽기만 하면 되는 것일까? 
히라노 게이치로는 단순히 독서에 들이는 시간의 기준을 넘어, 단 한 권을 읽더라도 책 속에 숨겨진 수수께끼와 비밀을 속속들이 발견하고 즐기는 슬로 리딩의 테크닉들을 일러준다. 이 책의 ‘슬로 리딩 실천편’에서는 나쓰메 소세키의 『마음』, 카프카의 「다리」, 미시마 유키오의 『금각사』,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이즈의 무희』, 미셸 푸코의 『성의 역사』와 같은 고전을 비롯하여,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젊은 작가 가네하라 히토미의 『뱀에게 피어싱』과 히라노 자신의 저작인『장송』등 동서고금의 텍스트를 대상으로 슬로 리딩을 시도한다. 우선 나쓰메 소세키의『마음』에서는 등장인물이 던지는 회화 속의 ‘의문문’에 주의하라고 조언한다. 회화 속의 의문문은 단순히 등장인물들 사이의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독자의 의문과 반론을 대변하는 목소리이기 때문이다. 덧붙여 히라노는 의문문뿐만 아니라, 모든 대화문은 ‘등장인물들의 사상이 대결하는 장’이므로 유의해서 읽어둘 것을 당부한다. 
책을 잘 이해하지 못했을 때 거침없이 앞페이지로 돌아가는 것 또한 가장 기초적이면서도 중요한 슬로 리딩의 테크닉. 엄숙한 표정으로 책장을 뜯어먹을 듯 휙휙 넘기는 천재들의 이미지가 각인된 때문인지, 많은 이들이 독서 도중 앞페이지로 돌아가는 것을 굴욕적이고 귀찮은 일로 여긴다. 그러나 도스토옙스키의 소설처럼 등장인물의 이름과 관계가 복잡하거나, 난해한 대목이 있을 경우에는, 언제든 
...앞으로 돌아가 놓친 부분을 다시 확인한 다음에 책장을 넘겨야 한다. 
한편, 푸코의『성의 역사』를 슬로 리딩하는 과정에서는, 문장을 시각적으로 한눈에 들어오도록 보조선을 긋고 표시하는 기술을 선보인다. 어려운 책일수록 제대로 된 ‘밑줄과 표시’가 한층 더 알뜰하고 풍요로운 독서를 가능케 한다는 히라노의 독서 철학은, 그 자신이 직접 꼼꼼하게 밑줄을 긋고 정리한『성의 역사』의 한 페이지를 통해 엿볼 수 있다. 

이렇듯 『책을 읽는 방법―히라노 게이치로의 슬로 리딩』에는 작자가 설정해둔 미세한 장치와 고안들까지 낱낱이 포착해내는 실제적인 독서의 기술들이 풍성하게 담겨 있다. 그러나 그가 추구하는 슬로 리딩의 최종목표는, ‘작자의 의도’ 그 이상의 흥미 깊은 내용을 독자 스스로 자유롭게 발견해내는 ‘오독력誤讀力’을 기르자는 데에 있다. 그 스스로가 카프카의 『변신』을 창조적으로 오독하여,「최후의 변신」이라는 걸출한 단편을 써냈듯이, 여유롭고 느린 독서의 과정 속에서 제각각 발견해낸 매력적이고 창조적인 ‘오독’이야말로, 우리의 내면을 성장시키는 동력일 것이다.
효율성과 목록과 숫자에 얽매인 독서가 아닌 ‘나 자신’을 위한 독서, 그저 읽었다는 자부심만 남기는 ‘겉보기’ 독서가 아닌 책의 저 깊은 밑바닥까지 탐사해내는 웅숭깊은 독서―
프로 작가이자 프로 독서가인 히라노 게이치로가 이 책을 통해 새삼 깨닫게 하는 ‘진짜 독서’의 묘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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